# <그로스 해킹>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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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그로스해킹 팀원의 용두사미
브런치(혹은 미디움) 모음집. 위키북스에 잘 모아둔 트렌디한 데이터가 인쇄물이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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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8392-36-9
저자: 양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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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출시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 말에서 벌써 충격을 느낀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전 회사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주어진 적 있었다. 회사의 주된 수익원을 책임지는 서비스였으나, 결제까지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정보 구조가 복잡하여 홈페이지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SI에서 일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기존에 하던대로 요구정의부터 시작했다. 이래놓고 그 회사에서 일하던 방식이 기분나쁘다며 이직했으니, 조금 후회되기는 한다. 애자일이라는 방법을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자주 언급하기는 했는데, 내 첫직장은 디자인 에이전시였다. 거기서 나는 SI 업무를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에이전시 직원이자 SI의 하청으로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SI 방식으로 일하기가 익숙하다.
우리의 스터디에서 진행한 첫번째 책이 기본을, 두번째 책이 임기응변을 강조한다면, 이 책은 기본을 이야기한다. 정말 그런지는, 한 번 읽어보자.
# 기본을 다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도 다른 그로스해킹 서적들처럼, 핫메일, 에어비앤비, 드롭박스를 이야기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래도 물음표를 던지기는 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기존 사례 소개는 단지 자기계발서 읽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시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로스해킹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무엇인지 저자 또한 알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하지?”
하지만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로스해킹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볼 뿐이다. 다행이라면, 이정도 복습조차 하지 않는 제품 관리자가 세상에 많다는 점이려나.
# MVP
대다수의 학문이 그렇겠지만, 현대 경제학 또한 반박 없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중에 그나마 진리값에 가까운 선언이 존재하기는 한다.
### 수요가 공급을 견인한다
지금은 이미 당연해진 말이지만, 놀랍게도 근대(고전) 경제학에서는 이 말이 당연하지 않았다. 물건을 만들면 팔렸고, 공급 자체가 문제가 되었던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 대다수는 대부분의 경우 가내 수공업보다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월등했다. 분업과 대량 생산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는 단지 만든다고 해서 고객이 그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비슷한 품질(처럼 보이는)의 제품이 우리 제품과 동등한 기회로 제공되고, 옮겨가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가 만드는 물건이 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하더라도 그러하다. 이제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알아야한다.
고객의 욕망을 알아내는 일이 바로 “문제” 이며, 제품 관리자(혹은 기획자, PM, UX 디자이너, 개발자, 그 무엇이든지)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논리와 아이디어, 기간 엄수 등은 단순히 문제 해결을 위한 자질일 뿐이며, 고객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생산자는 그저 도태될 뿐이다.
문제 해결 방법론은 놀랍게도, 양적 연구 방법론에서 가져온다. 가설을 설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데이터를 통해 가설의 입증/반박 여부를 확인한다. 이러한 확인 결과는 해결책이 되며, 그 다음 가설 설정을 위해 사용된다.
### 데이터는 어떻게 검증하는가?
기존의 학술 연구와 차이점이 있다면, 데이터 분석 방법론이 될 것이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1회성 구입이 아닌 “지속적인 사용과 확산”을 목표로 하며, 이렇게 해야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기존 데이터 분석 방법론과 동일하다. 리텐션, 전환률, 추천 지수이다.
> 그런데, 어차피 계산식은 인터넷으로 찾는 것이 더 디테일하지 않을까?
# AARRR
그래, 죽지도 않고 살아 돌아왔다. 이미 지겹지만 솔직히 귀찮아서 잘 적용하지 않는 그 지표이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MVP조차 잘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기본을 다루는 책이라면 당연히 있기는 해야겠지. 다만 조금 재미있는 점이라면, 여기서는 K-직장인의 언어를 사용하며 주의를 환기한다는 점이다.
조금 솔직해지자, 우리는 전환률이나 과업 달성 여부 등을 “우리는 놀지 않았다, 월급 내놔라”의 목적으로 사용한 적 없던가? 아니면 윗분들 정치싸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며 “우리는 더 좋은 부품이에요, 보너스 주세요” 를 주장한 역사가 없었던가? 나는 아니라고 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회사 오너는 아니더라도) 프로덕트의 오너라면 거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기는 하지만, 결국 하는 이야기는 같다.
- 데이터 자세히 수집하고 똑바로 읽어라
- 이미 찾아온 고객에게 잘하라
- 어디서 왔는지 잘 알아보고 거기 집중해라
그리고 솔직히 이 파트는 꽤 많이 할애하기는 했으나, 그다지 눈에 띄는 내용은 없다. 솔직히 여기쯤 왔을 때는 이 책이 용두사미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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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는 별로 소개할 내용이 없다. 단순한 용어 나열일 뿐이며, 실제 업무환경에 적용하기까지는 꽤 많은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결국,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 또한, 공감에서 시작하는 책의 한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저자는 충분히 잘 알고있으나 말하지 않고, 실무에서도 다들 알고있으나 이야기하지 않는 문장 하나를 여기에 남겨둔다.
“좋은 질문이 있어야 좋은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