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덕트 오너>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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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꼰대인 사수가 이직 전에 천천히 인수인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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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8407-940-3
저자: 김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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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 가는 비행기에서 급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내가 가려는 길을 먼저 갔을지도 모르는 선배에게, 하극상 비슷한 무언가를 남겨보련다.
내 기준에서, 책은(혹은 이야기는) 두 가지 기준을 사용해 총 넷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이야기 크기가 작은가 큰가?
2. 그래서 맞았나 틀렸나?
그리고 나는 “큰 것을 건드리고 틀린” 책을 많이 읽으라고 배웠다. 나머지 셋은 읽어봤자 큰 의미가 없는데,
- 작은 것을 건드리는 것은 쉽고, 맞추기도 쉽다. 그리고 별 영향도 없다.
- 작은 것을 건드렸는데 틀렸다면, 음모론이다.
- 큰 것을 다루고 맞춘다면 그 분야의 교과서가 되겠지만,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는 이유에서였다.
큰 것을 건드리고 틀린다면, 소위 “어그로”를 잘 끌게되므로 학계(혹은 해당 장 field) 내에서 수많은 추가 논의가 벌어진다. 무협지로 비유하자면, 평소에 가만히 있던 은거기인 여럿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한마디씩 얹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거대한 담론을 도발하고 화려하게 틀린, “좋은 책”이다.
누구나, 그 어느 팀에서나, 직함에 “프로덕트” 또는 “프로젝트” 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데이터의 중요함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 어떤 직감이 있더라도, “데이터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설득되지 않은 적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느냐고, 혹은 설득됐더라도 그 데이터가 실제로 유의미한(궁극적으로 매출 제고에 도움이 될) 데이터인지는 확신이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의미있는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이 의미있는지 실제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하는지에 대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다만 한계라면, 이 책은 개인의 경험을 수집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결국, 특수한 조건에서 특수한(혹은 이미 충분히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수행 가능한 전략이 너무 많다.
- 다만 이 또한 필자 개인의 경험일 뿐이므로, 필자의 말 또한 “그건 네 생각이고”라는 말로 다가올 수 있다.
- 즉, 공격한 말로 공격받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죠 암요.
프로덕트 오너는 결국 제품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기획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추적해서, 더 많은 고객이 자신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여기에서 제품은 물리적인 상품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일반적으로는 웹/앱 기반의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필자는 IT 기반 서비스 외의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읽기 원하는 내용을 꽤 재미있게 읽었다.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이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저자는 그 중 몇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살 이유를 만들어줘라
- 그리고 그 이유는 보통 고객의 문제 해결이다
- 어떤 사람이 우리의 고객이 되는지 파악하라
- 인터뷰를 하든 관찰을 하든, 심지어 직접 써보고 판단하는 것까지 여러 방법이 있는데
-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하라
- 이유가 만들어졌고, 방법을 준비했으며, 자원 또한 충분히 확보했다면, 기간 내에 만들자
- 결국 우선순위가 중요하고, 우선순위와 기간 사이에 조율이 안되면 버려라
- 기간 못지켰으면 그 이유를 기록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게 하라
- 이 모든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라
- 프로젝트의 목표를 세우고, 원칙을 정하여, 협업하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게 하라
- 이는 우선순위 선정에서부터 디자인 톤, 심지어 로직 구현과 사용성 테스트의 기준점까지도 될 수 있다
그 외에 다양한 방법론(혹은 저자 개인의 경험)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아쉽게도 그리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정도는, 수필의 성격을 지닌다. 재미있고 무언가 얻은 것 같지만, 그래서 실제로 무엇이 남았느냐고 물어보면, 읽은 사람마다 다 다른 말을 하게되는 그런.
저자가 끝없이 강조하는 바는, 직관을 버리고 데이터에 의존하라는 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또는 백전불태). 우리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알고, PO가 소유(own)중인 프로덕트가 회사 및 시장 내에서 어떤 위치인지를 알아야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최적화를 달성한다. 어디서 많이 본 용어 아닌가? 그렇다. 근대 계몽주의적 맥락 안에서의 고전경제학이다.
글쓴이는 지속적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 대규모 조직 특유의 “효율성 목표”가 가능한 곳을 중심으로 한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는 NFT와 블록체인을 하는데. 블록체인 업계가 합리성에 기반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슬픈 한탄을 하게 된다.
결국, 데이터와 합리성의 중요함을 끊임없이 역설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동일한 반론에 부딛힐 수밖에 없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도 유의미한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시장이라면, 가설의 검증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인터뷰이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 모두가 하는 말이 다르다면, 즉, 카테고리화 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의사결졍이 가능한가? 가설을 설정해서 검증하기도 전에 프로덕트가 폐쇄된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팝콘이나 가져와라 로빈~~
대시보드를 통한 관리도 좋고, 요구사항 정의서를 구글시트에 기록하는 방법도 좋다. PO가 24시간 대기하며 모두에게 상황을 공유해주는 것 또한, 나는 그닥 피할 생각이 없다. (다만 멍청한 질문은 던지기 전에 각오해라)
하지만, 프로덕트를 특정한 개인에게 소유자(owner)라 불릴 정도의 권한을 부여하기에는, 규모 측면에서도 갈 길이 멀고, 높으신 분들의 변경요청은 너무 강력하다. 나는 그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남을 뿐이다. 뭐, 우리도 언젠가 애자일 하는 날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