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안기순 역, 2012)
방송통신대학교 <세계의 정치와 경제> 강의, 과제를 위해 작성. 오랜만에 다시 사회학을 다룰 수 있어 즐거웠다.
## 도매가로 소통을 팝니다: 공론장의 상업화, 그리고 그 이후
"모든 것이 판매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삶을 사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 샌델, 2012)은 이 물음을 바탕으로, 시장 논리가 우리 사회 전반을 잠식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샌델은 기존의 시장경제 논의에서 한층 더 나아가, "시장사회"의 출현에 주목하며,[^1] 인간의 삶과 공동체에 가격이 메겨진다는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특히 책의 1장과 2장에서는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것"이 사라지는, 인간의 존엄과 도덕뿐만 아니라 공론장까지도 거래 대상이 되는 시대를 묘사한다.
이 글에서는 샌델의 논의를, <세계의 정치와 경제> (김재형 외, 2024, 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이하 "교재") 2장에서 다루는 "금융화"라는 맥락에서 이해해보고자 한다. 금융화란 단지 금융 부분의 팽창을 다루는 개념이 아니라, 시장의 가치판단과 투자논리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현상을 말한다.[^2]
시장사회와 금융화의 맥락에서는 공공재와 윤리, 예술을 넘어, 인간관계 등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 상품화되고, 수익성과 효율성 논리에 흡수된다.[^3] 샌델이 비판하는 "시장사회"는, 곧 금융화된 세계의 윤리적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교재의 신자유주의와 금융화 개념을 바탕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핵심 주장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대안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 시장의 논리는 어디까지 침투하는가?
샌델은 시장의 논리가 도덕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까지 침투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법학, 경제학, 정치철학 논리를 적용하여 도덕적 가치가 경제적 효율성으로 대체되는 문제를 제기하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4] 이러한 문제는 특히 그가 지닌 공동체주의 철학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은 이제 가치중립적인 객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양식 자체를 결정하는 도덕적 구조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무엇을 시장에 맡길 것인가?"에 대한 공공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5] 이른바 "도덕적 경계선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대안은 대화와 공론장, 토론으로 축소되며, 구체적인 제도적 개선이나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철학적 명제에 머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공론장 상업화라는 새로운 질서
샌델에게 있어 공론장 상업화는 철학적 문제만이 아니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구조화된 정치경제학적 현실이다. 교재에서 지적하듯,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작은 정부" 지향에서 멈추지 않고, 시장 원리를 사회 전체로 확장하는 "사회적 합리성의 구조 전환"을 목표로 작동한다.[^6] 즉, 시장은 도덕적 질서마저 자신의 통제 하에 두어, 기존의 공공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점차 해체한다.
하버마스가 공론장의 이상형으로 묘사한 '카페'조차, 이제는 커피 가격을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이 되었다.[^7] 이러한 공간에서는 "계급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토론이 이루어진다. 토론에 참여할 권리는 더 이상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문화자본과 지식자본을 가진 계층에 의해 독점적으로 전유된다.[^8] 그리고 여기에 사소하지만 거대하게, "커피값"이라는 게이트키핑이 더해진 셈이다.
## 음악, 공연, 리미널리티의 포섭
시장은 이제 개인의 감정과 정체성까지 상품화하기에, 예술적 감수성 또한 예외일 수 없다.[^9] 공연 예술의 대표인 뮤지컬은, 수많은 엔지니어의 기술적 통제와 다양한 관리자의 회계적 검토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빅터 터너가 말했던 리미널리티(liminality)는[^10] 더이상 체험적 전이가 이루어지는 시공간이 아니라, 상품의 구성 요소로 제도화된다. 이는 예술조차 "의미"가 아니라 "팔리는 구조"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결과이다.
후크송이 지배하는 음악 시장, 공연장의 VIP 티켓, 온라인 팬미팅의 가격 책정은, 시장 논리가 정서적 소통마저 정량화함을 보여준다. 소통은 상품이며, 감정은 프리미엄이다. 도덕을 시장이 지배하지 않으며, 시장 그 자체가 도덕으로 화한다.
## 시장은 도덕을 가지는가?
샌델은 시장에는 도덕적 가치판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판한다.[^11] 하지만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 있다. 시장은 가치판단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도덕적 "편향"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단지 수요와 공급을 최적화된 선택으로 연결할 뿐이며, 효율 자체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12] 효율은 결과의 논리일 뿐, 가치의 논리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모순을 발견한다. 시장은 도덕을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만의 도덕을 창조하여 기존의 도덕과 경쟁하고있다. 새로운 도덕은 "모든 것은 가격이 있다"는 명제이며, 이는 시장이 "합리성과 이해가능성"을 통해 도덕적 세계(혹은 이데올로기)를 재구성함을 의미한다. 막스 베버가 언급한 "탈마법화"라는 세계는,[^13] 이제 "재가격화"의 세계로 이행한다.
## 대안은 가능한가?
샌델은 "공론장의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한다.[^14] 하지만, 오늘날 공론장은 권력 구조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는데 복무한다. 정보 소비는 알고리즘을 따라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토론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며, 이 모든 것이 상품으로서 소비된다.[^15] 그렇다면, 우리는 시장 바깥에서 도덕을 외쳐야하는가? 아니, 그것이 성립할 수는 있는가?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다면 그것을 무시할 수 없듯, 도덕 담론은 이제 시장을 향해 내면화되어야 한다. 비판이론이 주장하듯, 구조적 모순에 대한 성찰은, 시스템 내부에서 실천적 담론투쟁을 통해서야 실현 가능하다.[^16] 다시 말해, 도덕 자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장 자체를 부정할 수 없으며, 시장 내부에서 윤리적 질서를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ESG 경영이나 사회적 기업, 탄소중립, 윤리적 소비와 같은 흐름은, 시장 내부에서 도덕을 실현하려는 시도이다. 샌델의 주장은, 이러한 실천적 시도에 대해 이론적 정당화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 담론 투쟁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샌델은 또 하나의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어떤 사회에서 살고싶은가?" 이는 공론장 회복이나 단순한 철학적 고민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미 우리를 둘러싸버린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도덕은 자신만의 영역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묻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재에서도 말하듯, 세계화와 시장 논리는 이미 세계를 불가역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도덕은 질서 바깥이 아니라, 그 안에서 꾸준한 저항과 협상을 통해, 자신만의 담론을 구성해야한다. 이제 담론투쟁은 시장을 향하는 수밖에 없다. 순진한 낭만주의가 아니라,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서.
[^1]: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역, 와이즈베리, 2012, p.19.
[^2]: 김재형 외 (2024), 세계의 정치와 경제, 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p.46.
[^3]: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역, 와이즈베리, 2012, p.19-52.
[^4]: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역, 와이즈베리, 2012, p.19-34.
[^5]: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역, 와이즈베리, 2012, p.28.
[^6]: 김재형 외 (2024), 세계의 정치와 경제, 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p.3-19.
[^7]: Wuthnow, R., Hunter, J. D., Bergesen, A. J., & Kurzweil, E. (2009). _Cultural analysis: The work of Peter L. Berger, Mary Douglas, Michel Foucault, and Jürgen Habermas_ (1st ed.). Routledge.
[^8]: Bourdieu, P. (1984). _Distinction: A social critique of the judgement of taste_ (R. Nice, Trans.). Harvard University Press. (Original work published 1979)
[^9]: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역, 와이즈베리, 2012, p. 19–34,53–92.
[^10]: Turner, V. (1982). _From ritual to theatre: The human seriousness of play_. PAJ Publications.
[^11]: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역, 와이즈베리, 2012, p.23–25, 34–35.
[^12]: Mankiw, N. G. (2020). Principles of Economics (9th ed.). Cengage Learning.
[^13]: Weber, M. (2001). 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T. Parsons, Trans.). Routledge.
[^14]: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안기순 역, 와이즈베리, 2012, p.43.
[^15]: Zuboff, S. (2019). _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The fight for a human future at the new frontier of power_. PublicAffairs.
[^16]: Horkheimer, M., & Adorno, T. W. (1944). Dialectic of enlightenment. Social Studies Association,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