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를 위한 UX 디자인 인류가 지구를 탐험한 역사는, 지도(및 지리학)의 발전을 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역사입니다. 위도(세로 기준 위치)는 태양의 높이로 어떻게든 측정이 가능하겠지만 경도(가로 기준 위치)는... 시계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도저히 측정이 불가능했죠. 육분의(천체 위치를 분석하는 도구)같은 도구로 측정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글쎄요, 썩 완벽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GPS(혹은 Beidou, GLONASS, QZSS, 갈릴레오 등)라는 놀라운 기능을 일상처럼 누리며 살아가고있죠. GPS를 최대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위성 셋을 동원해 시차를 분석해서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GPS를 가장 잘 활용한 도구가 바로 내비게이션이죠. 내비게이션은 사용자의 위치를 지도(및 도로정보)와 결합하여, 목적지로 이동하는 경로를 안내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때 내비게이션은, 항공기나 선박 등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장비였습니다. GPS 수신 장비의 소형화 및 SA(Selective Availability, 선택적 사용성) 해제 덕분에 민간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었죠. 사실 이때까지도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려면 전용 장비를 구입해서 자동차에 부착하거나, 수백만원짜리 옵션을 추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걸어놓기만 해도 되죠. 심지어 배달 오토바이에도 스마트폰 여럿을 거치해놓고, 주문을 확인 후 최단 경로로 해당 매장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Pasted image 20250207132927.png]] 배달 휴대폰 거치대 | 구글 이미지 검색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만, 내비게이션 이야기도 결국 서비스 기획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얼마 전 업로드한 글에서, 여행서비스 기획 과정을 간단히 훑어봤습니다. [[여행서비스 기획|여행서비스 기획]] 오늘 할 이야기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자주 듣는 안내문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무단횡단 잦은 도로입니다. 안전운전하세요~ 우리는 보통 초행길에 내비게이션에 크게 의존합니다. 교통상황을 받아올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면, 평소에 다니던 익숙한 길을 벗어나, 조금 복잡하더라도 더 빠른 길로 가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길로 가다보면, 좁은 길에서 위와 같은 안내문구를 자주 듣게 됩니다. 불법주차된 차들 사이로 간신히 운전하다가 저 말까지 듣게되면, 더더욱 조심스럽게 운전할수밖에 없죠. 이쯤 되면, 차라리 좀 막히더라도 원래 가던 길로 가야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Pasted image 20250207132949.png]] Desire paths: the illicit trails that defy the urban planners | [The Guardian](https://www.theguardian.com/cities/2018/oct/05/desire-paths-the-illicit-trails-that-defy-the-urban-planners) 위 사진은, GUI/UX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이미 고전이 된 이미지입니다. 왼쪽이 최초에 도시 계획자들이 설계한 도로(ex: GUI)라면, 오른쪽은 실제로 사용자들이 이동하는 경로(ex: UX)가 되겠죠.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기존 사용자경험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을 가리지 않고, HCI가 포함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유념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 사용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중학생 천재 해커와, 방금 동굴에서 나온 원시인. 고전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현재의"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활용하여, "자신에게 최선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죠. 실제로 그러할까요? 그렇다면 저는 이 글을 쓰고 있을 리 없고, 행동경제학이나 게임이론같은 최신의 경제학 분야는 탄생조차 할 수 없었겠으며, 애초에 제 직업(UX 기획)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의 판단이 늘 최고의 결론을 내지는 않아요. 대부분의 경우 매우 빠른(성급한) 결정인 경우가 많고, 애초에 "그래야 생존할 수 있는" 역사가 존재했죠. (참고: [사용자는 3초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http://mets.co.kr/m-lab/ux/why-we-need-easy-interface/6750/)) 개인은 합리적이며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은 하지만, 사회 전체의 편익이 감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Pasted image 20250207133004.png]]"모두의 학교"에서 사용중인 화장실 팻말. 한글과 영문을 읽을 수 없는 경우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GUI 디자이너는 충분히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화면이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까지 발생할 수 있어요. 결국, 디자이너는 산출물의 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해야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고려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니... 최소한 접근성 가이드라인 정도는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Pasted image 20250207133015.png]]일반인용(좌)과 색각이상자‧일반인 공용(우) | [서울교통공사, 네이버](https://blog.naver.com/120seoulcall/221414275334) 그러면, UI/UX 디자인 작업 도중 접근성 여부를 확인하는 몇가지 간단한 방법을 소개해볼게요. 1. 안경을 벗고 흐린 눈으로 보기 2. 그레이스케일 적용 후 요소 확인 가능여부 확인 3. 색반전, 흑백 반전, 좌우 반전 적용해보기 4. 텍스트를 모두 Lorem Ipsum 이나 □□□□ 등으로 바꿔보기 5.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이는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며,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나 매뉴얼 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혹은 QA라는, 이를 검증하기 위한 전문적인 직업군도 있어요. ``` 한 QA 엔지니어가 술집에 들어왔다. 먼저 맥주를 주문한다. 그 다음 0개의 맥주를 주문해본다. 999999999999개의 맥주도 주문해본다. 맥주 대신 도마뱀도 주문해본다. -1개의 맥주도 주문해본다. 'ㅕ댜츄ㅏ너옹'도 주문해본다. 드디어 진짜 첫 손님이 술집에 들어와서 이렇게 물었다. “화장실이 어디에요?” 그러자 술집이 불에 휩싸여 모두가 죽고 말았다. ``` 🛠 [‘테스트 케이스’로만 테스트하면 안되나요?](https://tech.devsisters.com/posts/not-enough-testcase/) - 데브시스터즈 기술 블로그 UI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 감각을 충족시키는 작업이 아닙니다. UX 디자인 또한 그저 BM을 구성하는 작업이 아니죠. KPI를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사회 일반에 도움이 되는지, 한 번쯤 고민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까지 고민하기 어렵다면, 사용자는 다시 이 말을 들어야합니다. > 무단횡단 잦은 도로입니다. 안전운전하세요~ --- 여담이지만, 화장실 물어보기에서 끝내면 다행입니다. 저는 이렇게 하거든요. 그러면 보통 이 중간에 (서비스든 사람이든 아무튼 뭔가) 터집니다. ```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옥상에 슈퍼히어로 랜딩 레펠을 타고 2층 창문에 도어브리칭 초당 100회 물구나무서기해서 내려가면서 바텐더에게 화장실 “-65535asd🐳” 마리를 주문한 뒤 가게 밖으로 나가서 옆구르기 일곱바퀴 반 ``` --- ## **Contact** GitHub : [https://github.com/john33fiao](https://github.com/john33fiao) Email : [[email protected]](mailto:[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