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의 사회적 맥락 어린시절, <인디아나 존스>같은 영화를 보거나, <툼레이더>같은 어드벤처 게임을 할 때면 고대 유적을 탐험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명"을 마주할 때, 퍼즐처럼 무언가를 다 수집하거나 조절한 다음에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죠. 이러한 방식은 게임에서도 많이 등장하는데, 그림을 짜맞추거나 특정한 아이템을 넣어야 문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좀 더 가까이는 **방탈출**이 가장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Pasted image 20250207133848.png]]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 | 게임 스크린샷 ![[Pasted image 20250207133900.png]] 툼 레이더(2018) | 영화 스크린샷 물론, 이는 단순히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 재미 요소를 위해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 "삶의 자리"이라는 재미있는 개념이 하나 있어요. 특정한 텍스트가 존재할 경우, 해당 텍스트의 맥락을 고려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퍼즐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문열기 과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에요. 우리는 의자를 "앉을 수 있는 물건"으로, 미닫이문을 "옆으로 여는" 대상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우리가 교육받아 온 세월에 기반하죠. 그 도구를 즐겨 사용한다는 문화적 맥락이 없다면, 이용은커녕 이해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행동 유도성(어포던스)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의 방식 또한, GUI를 통해 기계를 작동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원시인이 본다면, 퍼즐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반대로 디지털 시계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아날로그 시계 읽기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합니다. [\[특파원 레이더\] "美 초등생 80%, 아날로그 시계 못 읽어"](https://imnews.imbc.com/replay/2017/nw1800/article/4323577_29865.html) 이처럼, 개별 소품은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입구의 물그릇에서 손 씻는 기능을 보겠지만, 누군가는 거기 있는 물을 떠서 마실 수도 있죠. 한국에는 현관에 신발장이 있지만, 아시아권만 벗어나도 출입문에 신발 카페트가 있기도 합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 굳이 우산꽂이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많이 본 경험이 있고요. 결국, 각 사회나 문화에 따라 각각 다른 디자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단순히 GUI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서부터 사용자 경험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합니다. 문화마다 색상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사람마다 무엇이 "인체공학적으로 편리한지"를 전혀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HCI 또한, 누군가는 VR/MR/AR 등을 편리하게 느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CLI 없이는 컴퓨터 사용이 불가능하다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디자이너들은, 좀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제작에 힘써야해요. [[취재썰]'똑똑한 유리벽' 무인주문기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https://mnews.jtbc.joins.com/News/Article.aspx?news_id=NB11999617) ["솔드아웃? 셀프오더? 뭔 말인지 알아야 뭘 누르든가 하지"](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33015390004663) 개인용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버튼이나 천공카드 등을 사용했습니다. 종이에 구멍을 뚫어 컴퓨터에 넣으면, 컴퓨터가 이를 해석하여 특정한 결과값을 제공하는 형태였죠. 그리고 패치(Patch)란, 천공카드에 다른 종이 등을 붙여(patch)서 버그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학창시절에 한 번쯤 OMR 카드를 채워본 적 있을텐데요, 이 OMR 카드의 시조격인 물건이 바로 천공카드입니다. ![[Pasted image 20250207133953.png]] IBM의 천공카드 뭉치 | [위키피디아](https://ko.wikipedia.org/wiki/%EC%B2%9C%EA%B3%B5_%EC%B9%B4%EB%93%9C) 이 시기까지는 버튼과 아날로그 노브(볼륨 조절 형태)로 기기를 조작했으며, 이를 PUI(Physical User Interface)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키보드와 디스플레이가 보급되며 명령줄 인터페이스(Command-line interface, CLI)가 등장했죠. 현재는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어, GUI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중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VUX(Voice UX)가 급격하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죠. 프로그램은 UI를 통해 사용자에게 말을 걸고,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여 작동합니다. 컴퓨터는 0과 1로만(최근에는 [3진법 컴퓨터](https://ko.wikipedia.org/wiki/3%EC%A7%84%EB%B2%95_%EC%BB%B4%ED%93%A8%ED%84%B0)도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작동하며,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GUI는 XML 레이아웃이나 JSON 등으로 전달되고, 이는 자바/파이썬 등의 고수준 언어에서 IO를 통해 자료구조로, 다시 또 바이트코드와 기계어로, 마지막으로 이진법으로 컴퓨터에 전달되는 과정을 거쳐야하죠. 결국, GUI에는 **다음 단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VUX에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디자인 자체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어 간판과 표지판이 너무 익숙하다보니 [당기시오]를 읽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디자인은 분명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영향받은 개인이 다시 사회를 구성합니다. 즉, 사람은 디자인을 통해 사회와 소통한다는 뜻입니다. 잘 이해할 수 없다면, 다시, 사용자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봅시다. 안경을 벗고 UI/UX를 점검할 때처럼 말이죠. [[영상+] "제발 당기시오" 써놔도 사람들이 문을 미는 이유](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2238.html) --- ## **Contact** GitHub : [https://github.com/john33fiao](https://github.com/john33fiao) Email : [[email protected]](mailto:[email protected])